최선의 삶(개정판) _ 임솔아 장편소설 / 기억에 남는 문장들

요즘은 예전보다도 리커버가 더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다. 각 출판사마다 000시리즈로 책의 크기와 모양, 디자인이 동일하게 나와서 모으고 싶을 정도로 예쁘게 말이다. 오늘도 그중 하나다. 최선의 삶. 신작인 줄 알았는데 이미 유명했고 그래서 문학동네 플레이시리즈로 리커버 되어서 나온 작품이었다.
 

# 최선의 삶

플레이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 사실 플레이 시리즈 두 번째인 바캉스 소설의 내용이 흥미로워서 먼저 읽어보고 싶었는데 최선의 삶 독자들의 리뷰를 보고 혹해서 이것부터 읽었다.
 
성장 소설이라고 하는데 나는 이런 류의 소설을 처음 읽어봤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독서 기록 어플에 이렇게 써두었다.

아직 나는 성장 소설이 어렵다. 최선의 삶은 나의 첫 성장 소설이라 별점을 낮게 주었다. 하지만 아이들의 솔직하고도 위험한 세계를 왜곡하지 않고 그 무엇보다 생생하게 보여주는 것이 성장 소설이라면 최선의 삶은 만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성장 소설을 접해보고 이 소설의 별점을 수정하려고 한다.

실제로 처음에는 별점을 3점으로 기록해 두었는데 다른 성장 소설들을 접하고 나서 4점으로 수정했다.

표지 전체를 감싼 종이 커버를 벗기면 저 종이 커버 아랫줄의 패턴이 책 전체를 감싸고 있다. 읽는 동안 종이 커버가 구겨지거나 상하는 게 싫어서 벗기고 봤는데 살짝 눈이 아픈 느낌이 들었지만 독특해서 단번에 최선의 삶이구나를 알아볼 수 있다 ㅋㅋㅋㅋㅋㅋㅋ 출판사가 그걸 노렸을지도 모른다.
 

# 문학동네 플레이 시리즈 오리지널 티켓

그리고 플레이 시리즈에는 다른 출판사의 시리즈에는 없는 증정품? 굿즈가 책 사이에 끼워져 있다. 오리지널 티켓. 내겐 너무도 반가운데, 이유는 메가박스 오리지널 티켓 때문이다. 오리지널 티켓 모으는 게 취미인데 책에도 오리지널 티켓이 있으니 기분이 좋았다. 이 책의 전용 책갈피가 생긴 셈이다.
 

# 목차 및 간단 리뷰

살면서 읽어온 소설 중에 가장 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굉장한 날 것의 소설. 이 책을 읽은 다른 사람들처럼 굉장한 찬사를 하기에는 어려운 그런 묘한 소설이다. 책장은 술술 넘어가는데 문체가 자극적이지 않아 어딘가 심심한, 그렇지만 그 속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나 행동들은 자극적인.
 
일탈은 제동이 많이 걸린 사람이 모든 안전 장치를 벗어던질 때 쓸 수 있는 말이 아닌가, 하고 책을 읽는 내내 생각했다. 그리고 그 제동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부터 보이는 곳까지 많은 간섭을 받는 아이들일 거다. 우리만 해도 청소년기에 무수한 질문들을 가지고 살아오지 않았는가. 우리를 옭아매는 미숙함과 제동에 숨이 막히지 않았는가.

그래서 아이들의 일탈과 본연의 모습을 담은 이 소설을 보면서 약간의 해방감도 들었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어른이 된 탓에 소설 속에 도사린 위험 속에 살아가는 아이들을 걱정하기도 했다.
 
책의 끝에 담긴 작가의 인터뷰까지 읽고나서야 이 소설의 이름이 최선의 삶인지, 왜 이렇게 쓰일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가 됐다. 작가님은 이 소설을 거칠고 생채기를 벌려 놓은 소설이라고 표현하셨는데 너무도 와닿는 문장이다.
 
이 소설로 또 다른 형태의 사랑과 사람들을 알게 되어 기쁘다.
 

# 기억에 남는 문장들

P. 97
아빠는 꽃다발을 사들고 일찍 귀가했다. 아주 험악한 표정을 지은 채, 아빠는 꽃다발을 나에게 건넸다. 그 표정 그대로 " 사랑한다, 강이야 "라고 말했다.

P. 106
선택을 요구하는 질문은 대부분 유치했고, 지혜로운 대답은 대부분 비겁했다.

P. 108
최선의 결과만을 원하는 아이는 우리 중 소영 뿐이었다. 우리는 다만 최악의 결과가 두려울 뿐이었다.

P. 124
자와 각도기를 들고 신중하게 계산하는 일을 우리는 싫어했다. 까다롭고 신중한 것보다 위험해도 단순한 것을 좋아했다.
P. 169
우리들을 찾아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요긴한 적이 없었던 가족의 사랑도 사라졌다. 학교도 사라졌다. 끔찍함이 사라졌다. 한 세계를 빠져나온 기분이었다. 읍내동으로 돌아가지 않게 해달라고, 가끔 혼자 중얼거렸다. 보고 싶은 사람이 없어서 좋았다.

P. 174
' 문신을 새기는 것처럼 아팠어. '
아람은 얕은 잠에 나지막이 침투하는 통증을 표현할 때 이 말을 쓸 거였다. 나는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어금니를 꽉 물어야 하는 아픔을 표현할 때에 이 말을 쓸 거였다.

P. 196
우리는 각자의 어항에서 홀로 싸움을 했다.

P. 198
한쪽의 기도가 강해질수록 다른 한쪽의 기도는 짓밟혔다. 기도도 기도끼리 싸움을 했다. 어떤 기도가 욕망대로 이길수록 어떤 기도는 무참히 지게 되어 있었다.

나는 특히 174쪽의 저 말이 너무 좋다. 같은 행위에도 모두가 고통과 기쁨을 균등하게 나누어 가지는 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