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몬스터 _ 이두온 장편소설 / 기억에 남는 문장들

강렬한 표지와 제목에 이끌려 구매한 이두온 작가님의 장편소설. 사실 제목만 보고 사랑에 관련한 괴물이 나오겠거니 했다. 그래서 흥미를 느껴서 구매한 것이었는데 그런 내용은 아니었다.

 

# 러브 몬스터

' 타오르는 마음 '이라는 작품으로 유명하신 작가님. 나는 이 책으로 이두온 작가님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제목과 띠지를 보고 구매를 결정했었다. 띠지에는 ' 사랑 앞에선 그 누구도 제정신일 수 없다 '라고 적혀있었다. 그래서 사랑이라는 주제를 가진 스릴러, 혹은 아포칼립스 같은 장르물인가, 했다. 사랑으로 감염을 일으키는 그런 류의 장르 소설인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다.

제목대로 러브 몬스터. 우리가 생각하는 평범한 범주의 사랑과는 다른 사랑을 지닌 인물들이 등장한다. 물론 소설 속에 괴물 같은 사랑만 존재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스스로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쏟아진다.

 

# 목차 및 간단 리뷰

인간이 사랑을 위해서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사랑은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존재하는지, 그리고 그들이 그것을 위해 무엇을 내려놓고 괴물이 되기를 자처하는지. 부정적인 사랑이 잔뜩 담긴 책이다. 그래서인지 슬프고 먹먹하다가도 답답하고, 때로는 화도 나는 심정으로 글을 읽었다.

이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 비정상적인 사랑 ‘ 을 하고 있다. 기괴할 정도로 집착적이고 잔인하며 이기적이다. 그렇지만, 우리에게는 누구에게 말하지 못하는 음습하고 찐득한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한다. 미쳤어, 중얼거리면서 보았어도 결국에 그렇게 생각하고 마는 거다. 감히 이분법적으로 옳고 그름을 나누어 볼 수 없다. 사랑이라고 다를 게 있나 싶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인 까마득한 시절부터 지금까지 사랑이라는 단어가, 그 의미가 얼마나 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렸는가.

앞에서도 말했지만 이 소설은 단순히 제목만 보고 골랐다. 장르는 스릴러, 혹은 판타지일 거라는 당연한 생각이었다. 책을 끝까지 읽은 후에 다시 제목을 본다. 수긍했다. 인간의 탈을 쓴 괴물들. 사랑에 미쳤으며 기꺼이 사랑에 잡아먹히려다가 조각난 사랑을 밟고 피를 흘리며 정신을 부여잡는 그야말로 난장이었다.

 

# 기억에 남는 문장들

P. 141
허인회는 자신이 미친 사람 같았다. 사실은 누구도 때리고 싶지 않다. 얻어맞는 건 더 싫다. 치고 받는 걸 보고 싶지도 않았다. 그러나 어디로 가고 싶은지는 모르겠다. 삶이 너무 배고프다.

P. 142
무엇보다도 그들의 관계를 하강 곡선으로 끌어당기는 것은 오진홍의 작은 성취들이다. 늘 그랬다. 그래서 허인회는 오진홍의 성공을 경계하고 두려워하는 버릇이 생겼다. 그건 좀 슬픈 일이었다.

P. 157
누군가가 나를 위해 죽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죽여준다면 어떨까. 나는 바로 사랑에 빠지고 말 텐데.

P. 164
" 그래 그들이 모두 나처럼 되진 않지. 그런데 자꾸 허기가 져. 몸속으로 들어와야 할 게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느낌이야. "

P. 213
사랑을 느꼈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게 아니라 죽고 나서 사랑이 시작되었다더라.

P. 261
고미선은 그때 밥을 굶는 고통보다, 믿고 있던 세계로부터 내던져진 아픔이 더 크다는 사실을 알았다.

P. 283
사랑과 헌신이 희박해진다.
P. 322
허인회와 염보라는 목적은 달랐을지언정, 불안감을 자극하고 도발하는 방식으로 서로를 몰아붙여왔다. 그들은 어쩌면 하나의 울타리 안에서 같은 생각을 공유하고 있어서 서로를 없애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느끼는 건지도 몰랐다.

P. 326
사랑이 대체 뭐지?

P. 332
사랑을 끝없이 기다리지만 진짜 사랑이 나타나지 않아서, 인회는 자꾸만 착각을 한다. 아버지의 화난 얼굴이나 술 냄새 따위가 사랑의 자리를 꿰차버린다. 그런 것들이 사랑의 얼굴이 된다. 할머니를 너무 간절히 기다린 나머지, 그녀를 죽인 범인이 집에 왔을 때 그를 할머니라고 착각하고 문을 열어주는 아이처럼, 허인회는 일그러진 사랑의 얼굴들에 문을 열어준다.
그리하여 마침내 인회는 일그러진 얼굴을 마주할 때에만 사랑이 왔다고 느낀다. 허인회에게 사랑은 두려움과 함께 가는 것이다. 그녀는 두려움에 휩싸일 때에만, 생존을 위협당하고 극심한 고통을 느낄 때에만 사랑에 빠졌다고 믿는다.

P. 349
그것은 절멸 속의 낙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