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와 박정민 배우가 출연한 뉴토피아 예고편을 보다가 원작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어릴 땐 웹툰이나 소설이 인기가 많아서 드라마, 영화로 2차 창작이 되면 굳이 원작을 찾아보지 않았는데 요즘은 거의 대부분의 영화나 드라마, 심지어 웹툰이 소설로 쓰이기도 하고 소설이 웹툰화가 되기도 하는 시대라 각색이 되지 않은 오리지널을 보고 싶은 욕구가 강해졌다. 그래서 원작이 재미있으면 2차 창작물을 본다. 반대로 2차 창작물이 재미있어서 원작을 보기도 한다.
# 인플루엔자
이번에 뉴토피아가 나오는 시기에 맞춰서 문학동네 플레이 시리즈로 개정판이 나왔다.
장르는 좀비 아포칼립스로 20대 초반의 연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소설이다. 군인인 남자친구 제훈과 그의 집착이 짜증 나고 답답한 영주의 시점을 번갈아가며 보여준다.
# 문장 수집 티켓과 뉴토피아 출연진 사인
이 시리즈 적을 때마다 오리지널 티켓이라고 적었는데 문장 수집 티켓이라는 이름이 있었다. 최근에 이 시리즈 신간 찾아보다가 알았다... 그리고 첫 페이지를 펴면 원작소설의 작가님(한상운), 뉴토피아 감독님(윤성현), 그리고 주인공 박정민 배우와 지수 배우의 사인이 있다.
# 목차 및 간단 리뷰, 등장인물
강남의 특급 호텔, 그 옥상에 영공 방위를 위해 지어진 대공진지. 그곳에서 군복무를 하는 제훈은 정체불명의 바이러스로 인해 차일피일 휴가가 미뤄지게 된다. 제훈은 곧 나갈 수 있다는 말로 영주 또한 친구들과 여행을 가지도 못하게 하며 매일 전화해 힘들다며 하소연을 한다. 그런 이유로 영주는 제훈과의 이별을 생각하고 제훈은 영주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에 탈영까지 생각하고 있던 어느 날, 배식 당번인 제훈은 이병 이인호와 호텔의 주방으로 내려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탄다. 그리고 열린 엘리베이터의 문틈으로 피칠갑이 된 남성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그 너머로 피가 낭자한 호텔의 로비를 발견하고 무언가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등장인물이 하나씩 나오며 점점 늘어나는 게 아니라 한꺼번에 나오기 때문에 친절하게 앞페이지에 등장인물의 관계과 직급을 설명해 둔 페이지가 있었다. 인덱스를 붙여놓고 초반에 틈틈이 이 페이지로 돌아왔다. 확실히 관계도가 있으니 인물을 대조하며 읽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
나는 좀비물하면 잔인함이 떠오른다. 그도 그럴게 어떤 알 수 없는 이유로 죽은 자의 몸을 정신이 차지하고 있는 게 좀비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신의 몸이 썩고 뒤틀리고 일부가 사라져도 본능으로 움직이는 미지의 존재들이다. 그런데 인플루엔자는 좀비물이긴 하지만 굉장히 가볍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구매해서 읽을 수 있는 책이라서 수위를 조절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서 아쉽다. 좀비물에 20대 초반의 풋풋하고 찌질한 사랑 이야기가 있는 게 아니라 그들의 사랑 이야기에 좀비물을 살짝 얹은 것 같은...? 책 자체는 술술 잘 읽히는데 장르면에서는 아쉽달까...?
# 기억에 남는 문장들
P. 69
빠르든 늦든 결국 편해지는 때가 온다. 힘든 건 그 과정일 뿐.
P. 176
누구나 파멸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산다. 갑자기 직장이 없어져 밥을 굶게 될 수도 있고 정기 검진 결과 암에 걸렸다는 통보를 받을 수도 있다. 지진이나 홍수 혹은 쓰나미로 죽을 수 있고 남들에겐 별 것 아닌 감기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어느날 갑자기 핵전쟁으로 지구가 멸망할 수도 있다.
물론 이 불안감이 삶을 매순간 지배하지는 않는다. 공포는 무의식의 바닥에 깊이 침잠해 있고, 대부분은 그것을 잊고 살아간다. 그러나 기회만 오면 바로 수면 위로 떠올라 모두를 수렁으로 이끈다.
P. 336
숨을 쉬느냐 쉬지 않느냐로 인간과 좀비를 구별해서는 안 된다. 인간적인 행동을 하기에 인간이고, 사람을 죽이고 잡아먹기에 좀비인 것이다. 진욱이 밉다고 죽인다면 자신도 좀비와 다름없게 되는 거였다. 제훈은 아직 인간이었다. 소인배지만 인간이었다.
좀비로 어수선해진 이 시기에도 은행(돈)을 터는 강도들을 보며 어쩌면 이들은 ' 희망 ' 을 훔치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얼른 이 고통이 지나가고 이 돈을 쓰던 정상적인 삶이 되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