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8월에 청소년 문학을 많이 읽었다.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 율의 시선, 그리고 아직 포스팅하진 않았지만 라이프 재킷까지. 문학동네든 창비든 청소년 소설이 기십권 나온 터라 갈수록 표지가 예뻐진다.
# 율의 시선
제17회 창비 청소년 문학상을 받은 율의 시선. 솔직히 구매를 결정하는 데에 표지가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어떻게 이렇게 폭닥폭닥하게 그리실 수가 있지? 싶었다. 그래서 계속 다른 책을 장바구니에 담으면서도 눈이 가고 서점에서도 눈길이 가길래 결국 구매할 수밖에 없었다.
표지에 주인공은 율이다. 이 아이가 저렇게 웃기까지 얼마나 오래도록 홀로 슬픔을 삭이고 눈치를 보았는지 알고 나니 웃음이 달리 보인다.
# 목차 및 간단 리뷰
율은 어린 시절 아빠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한다. 그리고 율과 아빠를 에워싼 수많은 방관자들. 그 속에서 아빠가 죽었다. 그 이후로 율은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 남의 눈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대화를 할 때에 늘 바닥을 보게 된다. 더해서 친구들과의 서열에서 자신이 가장 아래라고 생각하며 타인을 수단으로 대한다. 그런 율이 이도해라는 친구를 만나며 조금씩 변화한다. 마음을 내어주지 않던 아이가 가장 아래의 바닥에서 하늘로, 하늘에서 내려와 사람들의 눈에 시선을 두며 성장하는 이야기.
내면의 상처를 폭탄처럼 끌어안은 채 자라고 있는 율의 곁에는 겉치레를 위한 친구들도 있지만 강렬한 첫인상을 준 도해, 그리고 내면이 단단한 지민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겉치레를 위한 친구라고 표현했지만 나는 그런 친구들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시기와 질투. 그만큼 인간적이라는 뜻이니까. 아직 배워가는 아이들이 아닌가.
율과 친구들은 서로 부딪혀가며 성장한다. 혼자라는 벽을 깨고 응어리진 마음을 뱉어가며 그렇게 솔직해진다. 타인이 아닌 친구로, 가족으로 거듭난다. 각자가 가진 상처들이 스스로를 너무 오래도록 괴롭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 기억에 남는 문장들
P. 47
" 사실은 말이지, 북극성이라고 불리면 나도 빛날 것 같아서. "
P. 80
어쩌면 꿈이라는 건 시선이 반영되어 만들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위를 올려다보는 사람에게는 올려다볼 꿈이 생기고, 나처럼 아래만 보는 사람에게는 밑바닥 현실만 남는 것이다.
P. 119 - 120
" 사람은 각자 스스로 부여하는 이야기 속에 살아. 현실을 아름답다고 생각하는지 끔찍하다고 생각하는지, 어떤 이야기를 적용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삶은 180도 달라지는 거지. "
P. 157
극복한 자와 머물러 있는 자의 차이를 가르는 것은 결국 끊임없이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 즉 마음가짐이다.
P. 168
나를 위한 희생들이 너무 벅차. 제대로 된 인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결국 무엇도 되지 못했어.
P. 169
" 내가 모든 걸 망쳤어. "
" 아무것도 망치지 않았어. 다른 사람들의 말에 휘둘리지 마. 타인의 기준은 상대적인 거야. 정말 중요한 건 너지. 절대적인 건 너 자신뿐이야. 그러니까 너를 봐. 네 마음을 봐. "
P. 172
" 너만큼은 너 자신을 떠나지 마. "
P. 181
김지민은 상냥한 애였다. 내가 자신에게 상처를 입혔어도 나를 비난하지 않고 오히려 기다려 주었다. 세상에는 나를 도태시키고 먼저 뛰어나가는 사람만 있지 않았다.
P. 206 - 207
" 지금은 이런 생각이 들어. 삶은 고난의 연속이 아니라 극복의 연속이라고. 우리는 극복하며 살아가는 거야. 그 끝에 기다리고 있을 더 멋진 나를 위해. 그러니까 포기하면 안 돼. 포기하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아. "
P. 211
의미는 타인이 아니라 자신이 만들어 가는 것이다.
P. 216
인간은 나약하다. 너무 쉽게 부서지고 무너진다. 타인의 시선을 두려워하고 자신을 숨기며 끊임없이 상처를 입는다. 하지만 그렇게 부서지고 무너지면서 강인해진다. 모순적이었다.
모순적이기에 인간은, 삶은 매력적인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