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은 유독 더워서 그런지 여름이 제목에 들어가거나 여름의 이미지가 느껴지는 소설들을 많이 읽었다. 그중 대표적인 소설이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 문학동네의 청소년 소설 시리즈이다. 나는 청소년 시리즈 소설들도 가리지 않고 읽는데 유독 출판사들의 청소년 소설 시리즈들은 잘 읽히는 것은 물론 학생들이 많이 나와서 그런지 청량한 느낌을 많이 받는다.
#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
너무나 여름 그 자체인 표지와 제목에 이끌려 홀린 듯이 집어든 책.
슬프게도 내가 구매하고 나서 양장본이 나왔다. 나도 양장본 가지고 싶었는데...
# 목차 및 간단 리뷰
엄마가 아파서 얼굴도 본 적 없는 아빠에게 맡겨지느라 유도의 고장 ' 정주 '로 내려온 유도부 지오는 그곳에서 사람들의 마음의 소리를 듣는 유찬을 만나게 된다. 지오가 곁에 있으면 사람들의 마음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게 이상하지만 시끄러운 머릿속에서 벗어날 수 있어 지오와 함께 있는 시간을 좋아하는 유찬. 그렇게 가까워지며 서로의 상처와 아픔을 드러내며 느리지만 씩씩하게 이겨내 나가는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겨 있다.
이 소설은 하고자 하는 말이 명확한 것 같다. 너무도 그 말을 나에게 해주고 싶어서 근질근질해 보일 정도다. 뭐든지 단편적으로만 보고 섣부르게 판단하지 말 것. 실망하더라도 직면해 볼 것. 그리고 혼자인 줄 알았던 이들의 곁에는 따뜻한 이들이 있다는 것.
# 기억에 남는 문장들
P. 38
나는 지오의 가방을 잡아끌고 말한다. 멀어지지 마, 라는 말 대신, " 같이 가. "라고.
P. 57
" 그깟 마음 좀 들린다고 다 아는 것처럼 굴지 마. 마음? 네가 들린다는 마음이 얼마나 가벼운 줄 알아? 사람 마음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바뀌어. 하루는 조금 괜찮았다가, 그래 내가 모르는 어떤 이유가 있었겠지 이해해 보려고 했다가, 또 하루는 미칠 것처럼 화가 나 죽겠다고. "
P. 87
" 불쌍해. 너희 아빠는 너 예쁜 거 못 봤잖아. 아빠, 하고 부르는 소리도 못 들었잖아. 엄마는 너 자라는 거, 울고 웃는 거 다 봤어. 그게 얼마나 행복한 건지 알아? 세상을 다 준대도 안 바꿔. 시간을 돌려서 너 포기하면 억만금을 준다고 해도 절대 안 바꾼다고. 너는 그런 애야. 너처럼 예쁜 애가 크는 모습을 못 봤는데, 너희 아빠가 불쌍하지 안 불쌍하니? "
엄마의 말이 날 얼마나 슬프게 만들었는지 엄마는 모를 거다.
P. 139
" 하나를 지키려면 하나를 잃기도 한대. 엄마가 나를 지키려고 아빠를 잃었던 것처럼. 근데 아빠는 엄마를 잃었는데 유도를 지키지 못했대. 지킨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두 개나 잃은 거지. 억울했을 것 같은데 코치님이 그러는 거야. 선택이라는 게 그런 거라고. 언제나 옳은 선택만 할 수는 없는 거라고. 그래도 선택을 해야만 하는 순간이 있다고. "
P. 161
" 누구를 지키는 데 자격 같은 게 어딨노. "
P. 164
확실히 알았다. 선함은 다른 사람까지 선하게 만들고야 만다는 것을.
P. 186
" 보면 몰라? 방금 네가 네 여름 먹었잖아. "
P. 187
마주하는 순간마다 그리워하게 되는, 유난히도 더운 여름이 계속되고 있다.
여름엔 이 소설을 보자. 지오가 우리들의 뜨거운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어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