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사실 작년에 사서 책장에 예쁘게 꽂혀만 있다가 몇 달 전 다시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하고 가녀장의 시대를 읽던 참에 생각이 났다. 이슬아 작가님의 다른 책을 읽고 싶었는데 마침 집에 있었던 거였다.
# 날씨와 얼굴
그런데 칼럼집인 건 몰랐다. 과거의 내가 아마 표지를 보고 샀으리라, 추정만 했다...
날씨와 얼굴은 이슬아 작가님이 2년간 경향신문에 기고한 칼럼을 수정하고, 글을 추가하여 편집한 책이라고 한다. 책의 크기가 작고 칼럼이라 글의 호흡이 짧은 편이라 가지고 다니면서 한 두 편씩 읽기에도 좋았다.
# 목차 및 간단 리뷰
가녀장의 시대를 읽으면서도 느꼈지만 작가님은 잊혀서는 안되지만 잊힌, 보다 큰 것들에 가려진 작은 것들 있다고 목청 높여 말한다.
이 책에서도 그렇다. 인간과 동물을 가리지 않고 차별과 소수에 대해 이야기한다. 거기에서 오는 고통과 절망, 그리고 희망에 관해서도. 그래서 읽으면서 숨겨진, 숨김을 당한 것들에 관해 곱씹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 걱정에는 힘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 기억에 남는 문장들
P. 32
책임감이란 무엇인가. 나로 인해 무언가가 변한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P. 63
우리는 내일이 올 것임을 안다. 그 믿음 때문에 오늘이 마지막이라면 결코 견디지 않을 것들을 견디거나 결코 바꾸지 않을 것들을 바꾼다.
P. 73
기술은 힘을 향한다. 그래서 기술은 자본을 향하지 노동자를 향하지 않는다.
P. 82
해야 할 일이 분명한 사람들은 결코 허무하지 않다.
P. 120
사람들은 차별받은 사람과 저항하는 사람을 같은 존재라고 여기거나 차별받았으므로 저항하는 게 당연하다고 쉽게 연결 지었다. 하지만 나는 차별받은 존재가 저항하는 존재가 되는 일은 전혀 자연스럽지 않으며 오히려 순리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차별받으면 주눅 들고 고통받으면 숨죽여야 한다. 저항하는 것이 아니라 복종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그러라고 하는 게 차별인 것이다. 모두가 침묵하고 굴종할 때 차별은 당연한 자연현상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