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답게 항상 서점을 가면 꼭 한두 권씩은 꽂혀있는 책. 그런데도 읽지 않은 이유를 변명하자면 비슷한 표지의 책들이 쏟아져 나올 때였기 때문이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 나미야 잡화점,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같은... 그런데 나는 이미 휴남동 서점을 읽고 나의 기대와 맞지 않는 책이라고 느꼈다. 잔잔한데 정말 너무도 평화롭고 일상적이라 읽으면서 잠이 왔던 기억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폭닥폭닥한 표지들을 피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변덕이 일어 알라딘에서 달러구트 1권을 조금 읽어봤다. 그리고 그대로 그 자리에서 1, 2권을 전부 사려다가 온라인 중고에 양장 합본호가 더 저렴하기에 바로 주문했다.
# 달러구트 꿈 백화점(100만 부 기념 합본호 기프트 에디션)
집으로 배송 온 책을 봤을 때 합본호로 주문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양장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여러권으로 분할되어 있지 않아 책장에 꽂아둘 때 부피차지도 덜한다.
디자인 자체는 기존의 달러구트 백화점과는 다르게 나왔다. 청록색의 배경에 붉은 금박처리가 되었는데 크리스마스 선물 같기도 하고...
# 목차 및 간단 리뷰
목차를 보면 1부가 1권, 2부가 2권이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의 세계관은 마치 우리 삶 같다. 흔히들 한 번쯤 해보았을 고민부터 각자가 사는 방식, 평범한 일상에서 오는 기묘한 불안과 무기력함, 거기에서 오는 걱정들까지. 스쳐 지나가는 자들을 손님으로, 주인공으로 보여주었는데 너무도 공감이 가 웃기도 울기도 하면서 봤다. 작가님이 등장인물 하나하나에 얼마나 애정이 깊은지를 알 수밖에 없을 정도로 달러구트 꿈 백화점의 직원들, 꿈 제작자, 그리고 백화점이 있는 거리의 요정들과 녹틸루카까지 제법 많은 인물이 등장하는데도 각자의 특징이 있어 읽으면서도 괜히 친밀감이 느껴졌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력적이다.
특히나 마음이 가고 좋아하는 인물은 꿈 제작자 중 한 명인 킥 슬럼버. 섬세하고 단단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한 마디 한 마디에서 이 사람이 얼마나 오래도록 그것에 대해 생각해 왔는지가 느껴지는 멋있는 사람이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너를 위해 살았으면 한다, 는 말을 다감하게 건네는 소설이다. 왜 이제야 봤을까 싶을 정도로 즐겁게 읽었다.
# 기억에 남는 문장들
P. 106 - 107
" 목적지요? 사람은 최종 목적지만 보고 달리는 자율 주행 자동차 따위가 아니잖아요. 직접 시동을 걸고 엑셀을 밟고 가끔 브레이크를 걸면서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해야 제 맛이죠. 유명 작가가 되는 게 전부가 아닌걸요. 전 시나리오를 쓰면서 사는 게 좋아요. 그러다가 해안가에 도착하든 사막에 도착하든 그건 그때 가서 납득하겠죠. "
P. 232
" 자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만족하는 것. 두 번째 방법은 말은 쉽지만 실행하기는 쉽지 않지. 하지만 정말 할 수 있게 된다면, 글쎄다. 행복이 허무하리만치 가까이에 있었다는 걸 깨달을 수 있지. "
P. 362
" 모든 힘은 제가 가진 행복에서 나오고, 의욕도 행복해지고 싶다는 열망에서 나와요. 저는 이곳에서 저처럼 몸이 불편한 사람의 희망이라는 말을 많이 들어요. 기쁜 일이죠. 하지만 제가 하는 행동은 대부분 그저 내가 행복하기 위함이에요. 다른 사람의 희망이 되기 위해 평생을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
P. 363
" 우린 살면서 한 번도 타인의 시선으로 자신을 본 적이 없어요. 그 사람이 나를 보는 표정, 목소리 같은 정보로 그저 추측할 뿐이죠. 오히려 너무 많은 정보가 진실을 가릴 때가 있잖아요.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말처럼요. 어차피 알 수 없다면, 당신을 응원하는 사람의 얼굴을 상상해 보세요. 우리도 지금 그렇게 당신을 보고 있어요. "
P. 365
" 저는··· 전 그냥 앞을 못 보는 사람이 아니에요. 저는 박태경이에요. "
···
" 태경 씨, 우리를 나타내는 어떤 수식어도 우리 자신보다 앞에 나올 순 없어요. "
P. 495
" 빨래는 저렇게 푹 젖어있다가도 금세 또 마르곤 하지요. 우리도 온갖 기분에 젖어 있을 때가 많지 않습니까. 그러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금세 괜찮아지곤 하지요. 손님도 잠깐 무기력한 기분에 젖어있는 것뿐입니다. 물에 젖은 건 그냥 말리면 그만 아닐까요? "
P. 532
" 손님들도 우리도 전부 마찬가지야. 현재에 충실하게 살아갈 때가 있고, 과거에 연연하게 될 때가 있고, 앞만 보며 달려 나갈 때도 있지. 다들 그런 때가 있는 법이야. 그러니까 우리는 기다려야 한단다. 사람들이 지금 당장 꿈을 꾸러 오지 않더라도, 살다 보면 꿈이 필요할 때가 생기기 마련이거든. "
힘들고 지칠 때, 마음을 데워줄 소설을 찾는다면 이 책을 추천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