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끝의 온실 _ 김초엽 장편소설 / 기억에 남는 문장들

7월은 특히나 SF소설을 많이 읽은 것 같다. 앞선 푸른 살과 이끼숲으로 SF소설의 기대치가 올라간 것도 한 몫한 것 같다. 이 두 소설은 정말 재밌게 읽었다. 기회가 된다면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읽어줬으면 하는 마음에 내가 올린 후기를 아래에 첨부했다.

 

푸른 살 _ 이태제 장편 SF소설 추천 / 기억에 남는 문장들

초등학생, 중학생, 그리고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한 번도 독서 관련 상장을 놓쳐본 적이 없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독서와 멀어지더니 1년에 손에 꼽을 정도로 적게 읽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2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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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숲 _ 천선란 연작소설 / 따뜻하게 서로를 보듬고 구원하는 SF 소설 / 기억에 남는 문장들

게을러서 아직도 7월에 읽은 책들을 포스팅하고 있는 나... 매달 어떤 책을 가장 좋아했는지 결산하는 포스팅도 올리고 싶은데 쓸게 너무 많아서 결국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되었다. 벌써 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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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7월의 마지막 SF를 지구 끝의 온실로 장식했다.

 

# 지구 끝의 온실

책의 디자인이 굉장히 예쁘다. 나처럼 소장해서 읽고 싶은 사람들이 많았는지 알라딘 중고서점을 가면 꼭 한 권씩은 있길래 오며 가며 몇 번 보다가 구매했다. 찾아보니까 여름 에디션도 있었다. 디자인은 같은데 파스텔톤의 연한 색들로 바뀌어 여름의 느낌이 난다. 그래서 이 책과 작가님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기본, 여름 에디션 이렇게 두 권을 다 가지고 있는 걸 봤다.

지구 끝의 온실이 김초엽 작가님의 첫 장편소설이라는데에 놀랐다. 자주 들어본 작가님이라서 더 그런가 보다, 싶었다.

 

# 목차 및 간단 리뷰

지구 끝의 온실로 극과 극까지는 아니지만 호불호가 약간 갈린다고 생각한다. 뭐랄까... 싫다! 가 아니라 나랑은 약간 안 맞다, 정도. 나는 호도 아니고 불호도 아니었다. 이끼숲을 본 지 얼마 안 되어서 그런가 비슷한 류인데 이끼숲은 따뜻, 폭닥에 슬픔이 스며들었다면 지구 끝의 온실은 좀 더 SF 하면 떠오르는 삭막하고 메마른 느낌이 강했다. 인물들의 성격도 한몫한 것 같다.

우리에게 주어진 당연하던 모든 것이 붕괴하고 파괴된 세상에서, 그럼에도 삶을 포기하지 않은 생명체들에 대한 이야기. 인간과 동물은 자신들이 우점종이라고 생각하지만 식물이 우점종이며, 인간과 동물은 식물 없이 살아갈 수 없지만 식물은 인간과 동물이 없어도 살 수 있다는 말이 이 책의 모든 것을 이루고 있다고 생각한다.

 

상황이 악화될수록 심화되는 이기심과 욕망은 인간이 서로를 위하고 뭉치는 것을 방해한다. 마음을 감추고 인색해진다. 그럼에도 감정을 나누고 전부를 내어주는 단단함이 사그라들지 않는 이들은 존재한다. 나오미와 아마라, 지수와 레이첼처럼.

 

# 기억에 남는 문장들

P. 76
" 할머니는 타운의 어른들이 위선자라고 말했지만, 어른들만 그런 건 아니에요. 아이들도 다 조금씩 비겁하거든요. 여기 아이들은 제가 내년이면 떠난다는 걸 알아서 저를 더 쉽게 괴롭혀요. 도와주는 애들도 없고요. 정작 그러면서 타운 어른들에 대한 비난은 잘 거들죠. 그래서 전 사람은 누구나, 모두 엉망진창이라고 생각했어요. 자기 위치에 따라 좋은 사람인 척할 뿐이라고요. "

P. 83
행성은 너무나 빠르게 변화했고, 생물들은 부지런히 그것을 따라잡았다. 아영은 그 과감함을 들여다보는 것이 좋았다.

P. 242
" 지금부터는 실험을 해야 해. 내가 가르쳐준 것, 그리고 우리가 마을에서 해온 것들을 기억해. 이번에는 우리가 가는 곳 전부가 이 숲이고 온실인 거야. 돔 안이 아니라 바깥을 바꾸는 거야. 최대한 멀리 가. 가서 또 다른 프림 빌리지를 만들어. 알겠지? "

P. 364
말하지 않아도 나오미는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그 수많은 점들의 이름을.

P. 378
생의 어떤 한순간이 평생을 견디게 하고, 살아가게 하고, 동시에 아프게 만드는 것인지도 몰랐다.

P. 379
" 마음도 감정도 물질적인 것이고, 시간의 물줄기를 맞다 보면 그 표면이 점차 깎여나가지만, 그래도 마지막에는 어떤 핵심이 남잖아요. 그렇게 남은 건 정말로 당신이 가졌던 마음이라고요. 시간조차 그 마음을 지우지 못한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