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읽고서 소장할 정도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 판매하는 편인데 예전에 제주도에 같이 놀러 간 친구가 좋은 추억을 상기할 수 있는 물건이 늘었다, 고 표현한 적이 있는데 그래서인지 꼭 여행지나 특별한 장소, 독립서점 같은 곳에서 산 책은 기억에 남는다. 팔기에 망설여져서 추억이 있는 책들은 보관하게 되었는데 트로피컬 나이트도 그런 책이다. 동대구역에 위치한 ' 심플책방 ' 이라는 곳에서 책들을 구경하다가 구매했다.
# 트로피컬 나이트
조예은 작가님의 칵테일, 좀비, 러브를 읽은지 얼마 안 되어 여운이 남은 상태였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작가님의 책을 고른 것 같다. 친구도 같은 책을 구매했는데 그때 다시 한번 느꼈다. 친구가 빠르기도 하지만 나의 독서 속도가 조금 느리다는 것을...
단편소설이 여러 편 담긴 소설집인데 표지가 굉장히 독특해서 시선이 간다. 그런데 표지와 목차를 번갈아 보다가 알았다. 단편소설들의 제목이 표지에 디자인되어 있는 거였다. 이 책을 보면 우유, 피, 열이라는 책의 디자인이 생각난다. 그 책도 재미있다던데.
# 목차 및 간단 리뷰
단편이 수록되어 있어서 읽고 싶을때 한 두 편씩 읽기 좋다. 항상 느끼는 건데 단편은 줄거리를 말하면 전부를 말하는 것 같아 망설여진다. 그래서 줄거리보단 이 중 무엇이 재미있었는지 추천하려고 한다.
수록된 8편의 소설 중 릴리의 손, 새해엔 쿠스쿠스, 유니버설 캣숍의 비밀, 푸른 머리칼의 살인마를 재미있게 읽었다. 또 더 추리자면 릴리의 손 & 푸른 머리칼의 살인마. 이 책에서 가장 긴 단편인 만큼 스토리가 꽤 자세하다.
짧은 이야기에 놀랄 만한 반전과 감동이 있다. 조예은 작가님은 그 매력을 잘 다루는 힘이 있다.
# 기억에 남는 문장들
P. 105
이건 확신이야. 내 애정이, 내 목소리가 너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닿을 거라고 믿어.
P. 177
세상엔 왜 사람을 거르는 시스템은 많으면서 걱정거리를 걸러주는 건 없는지. 나는 왜 늘 걸러지는 쪽이고, 내 안의 아무것도 뜻대로 걸러낼 수 없는지.
P. 179
미주에게 수안이 수십, 수백 중의 1이라면 수안에게 미주는 그 자체로 꽉 찬 1이었다.
P. 208
" 널 등쳐먹어서 미안해. 넌 대부분 한심하고 가끔 사랑스럽지만 잘 살 거야. "
P. 249
고양이 별의 사정이고 뭐고, 그냥 나랑 살면 안 돼? 그런 질문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애써 참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