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더웠던 9월, 이번 여름에 바다를 간 적이 없어서 날이 쌀쌀해지기 전에 친구와 바다를 보러 가기로 했다. 목적지는 부산 광안리. 각자 자신이 읽고 있는 책을 가지고 와서 읽은 뒤, 바꿔서 읽기로 했다. 내가 꼭 해보고 싶었던 책과 함께 하는 여행 💙
친구는 적산 가옥의 유령, 나는 해가 지는 곳으로를 기차에서 읽었다. 덜컹거리는 기차 안에서 에어팟 끼고 책을 읽으며 창으로 보이는 풍경을 보았다. 시간이 좀 더 느리게 흘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마음에 들었다. 책은 부산에서 들릴 북카페에서 서로 바꿔 읽기로 했다.
# 적산 가옥의 유령
친구가 조예은 작가님을 좋아해서 작가님의 책을 꽤 가지고 있다. 적산 가옥의 유령은 가장 최근에 구매해서 거의 다 읽은 상태였는데 무엇보다 공포호러 소설이라 더운 여름에 딱 맞는 소설이라며 나에게 추천해 줬다.
신간을 자주 확인하고 있을 때라서 이 책도 여러 번 봤었다. 출간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었는데 다작하시는 작가님이라서 기다리시는 독자분들이 많은 게 느껴졌다.
# 목차 및 간단 리뷰
주인공 현운주가 별채에서 기이한 자세로 돌아가신 증조할머니인 박준영의 적산가옥을 물려받으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담고 있는 책이다. 적산가옥에서 살게 되면서 주인공에게는 이상한 일들이 일어난다. 꿈속에서 증조할머니가 되어 증조할머니의 젊었을 적 기억과 시대적 상황을 공유받게 되는데 그러면서 기괴하고도 잔인한 장면들을 보게 된다. 그리고 그 속에서 밝혀지는 별채의 비밀을 마주하게 된다.
고통을 받으면 미래를 점지할 수 있는 소년이 나오는데 이 소재가 뭔가... 어디서 본 것만 같은 느낌... 독특함을 보면 일본 애니나 만화인가, 싶다가도 웹소설 같은 곳에서 봤나 싶기도 했다. 아직도 내가 이런 비슷한 소재를 어디서 봤는지 너무 궁금해하는 중... 아마 이 책을 보시는 분들은 굉장히 신선할 것 같다.
# 기억에 남는 문장들
책을 교환해서 보면 좋은 점은 친구가 어디에 인덱스를 붙였는지 구경하면서 읽는 재미가 있다는 거다. 그리고 정말 놀라운 건 한 군데를 빼고는 서로가 인덱스는 붙인 곳이 전부 달랐다. 친구는 사건, 놀라움이 있을 때마다 인덱스를 붙이는 편이고 나는 인물의 감정선, 필사하고 싶은 부분에 붙이는 편이라서 그런 것 같다 :)
P. 26
조금만 더 버티면 닿을 것 같은 기분. 그게 바로 덫이자 함정이었다.
P. 42 - 43
내가 죽어가는 이들을 위해 아무것도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이, 그 누구도 고통받는 가여운 이들을 구원할 수 없으며 세상에는 너무 많은 외롭고 허무한 죽음이 있다는 사실이 끔찍했다.
P. 123
" 스스로를 탓하면 마음이 좀 편해져? "
" 자해는 내 취미야. "
P. 153
유타카는 땅콩빵을 좋아했다. 태어나서 먹은 음식 중 가장 맛있는 음식이라고 했다.
P. 156
그곳에는 아직 유타카가, 상처로 이루어진 내 환자가 남아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