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라 _ 최진영 단편소설 / 기억에 남는 문장들

거제 장승포에 놀러 갔을 때 주택을 개조한 북카페에 갔다. 반가운 책들이 몇 권 있었고 그중 나중에 꼭 읽어봐야겠다 싶었던 오로라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오로라를, 친구는 모순을 구매해 볕 좋은 소파에 자리 잡고 책을 읽었다. 그날은 계속해서 비가 쏟아지다 그치다 하는 이상한 날이었는데 햇빛이 있어 유난히 기억에 남는 여행이 되었다. 더운 여름날, 비가 오는 창 밖을 종종 들여다보며 선선한 실내에서 시원한 음료와 책의 조합이란.

 

# 오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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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 사진을 몇 장이고 찍었지만 푸른색이 돋보이게 찍혔다. 원래의 표지는 밝은 회색에 푸른색이 약간 섞인 색으로 사진 상으로 보다는 흰끼가 더 돈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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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는 위즈덤 하우스의 위픽 시리즈로 출간되었는데 책의 디자인이 굉장히 예쁘다. 제목은 책등에, 소제목은 표지에 적힌 디자인인데 음각 처리된 칸 안에 글자들이 적혀있는 게 마치 원고지 같다. 굉장히 깔끔하고 얇아서 들고 다니면서 보기에도 좋았다.

 

# 부록 한 장의 소설 및 간단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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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픽 시리즈에는 부록 한 장의 소설이 있는데 책 자체를 넓은 종이에 깨알같이 옮겨둔 것이었다. 신문을 보는 기분이 들게 하는 게 신선하고 독특하다.

구의 증명을 재미있게 읽어서 구매했는데 기대를 너무 많이 했는지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다. 최진영 작가님의 문체를 좋아해서 필사하고 싶은 문장들은 제법 있었다. 그런데 나에게 가장 큰 단점으로 다가왔던 건 화자를 ' 나 '가 아니라 ' 너 '로 서술한 점이었다. 이것 때문에 너무 헷갈리고 책에 집중이 잘 안 되어서 별점이 조금 낮아졌다.

 

# 기억에 남는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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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23
그러므로 믿는 마음에는 이기심보다 큰 외로움이 숨어있다.

P. 60
어둠 속에서 그저 따라가고 싶다. 믿음 없이, 소망 없이, 사랑 없이, 말 없이, 바람을 느끼며.

P. 63
함부러 다정하게 굴지 마세요. 외로운 사람을 오해하게 두지 말아요. 내 눈을 빤히 바라보지 마. 사냥하듯 사랑하지 마. 잘못을 실수라고 말하지 마.

P. 78
질투는 힘이 세고, 너는 이기고 싶었다. 그래서 한동안 사랑을 멈출 수 없었다. 그 마음을 더는 부정할 수 없다. 너를 낯선 이곳까지 오게 만든 건 사랑도 믿음도 아닌 고작 질투······.

P. 87
-작가의 말-
' 사랑 '의 자리에 ' 사람 '을 넣어도 좋겠습니다. ' 변화무쌍 '의 자리에 ' 영원 '을 넣어도 괜찮을 테고요. 다시 말하자면, 매일과 당신은 매 순간 낯설고도 신비롭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