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그리고 저녁 _ 욘 포세 / 기억에 남는 문장들

2023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욘 포세의 작품 ' 아침 그리고 저녁 '을 비롯한 2권이 문학동네 숏클래식으로 리커버 되어 나왔다.

 

# 아침 그리고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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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권을 한 번에 살 수 있는 재력이라면 너무 좋겠지만... 아쉽게도 아니라 세 권 중 한 권을 우선적으로 구매하기로 했다. 구매할 당시 욘 포세가 누구인지 몰랐으므로 표지 안쪽의 작가를 보고 구매하기로 했다. 그리고 노르웨이 작가라는 이유만으로 아침 그리고 저녁을 골랐다. 내겐 언젠가 가보고 싶은 나라 1위가 늘 노르웨이였기 때문. 큰 의미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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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디자인이 굉장히 감각적이다. 3권 전부 굉장히 쨍한 색감으로 표지가 강렬한 인상을 준다. 그리고 뒤편에는 소설에 걸맞은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다.

 

# 목차 및 간단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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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도 말한 것과 같이 나는 욘 포세라는 작가를 알지 못했다. 그래서 처음 책을 딱 펼쳤을 때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왜 문장이 끝나지 않는지, 문장이 중구난방으로 흐트러져 있는지. 의문 투성이었다. 그래서 솔직하게 말하자면 단편인데도 불구하고 쉽게 읽힌다고는 할 수가 없다. 하물며 인물 간의 대화도 모호하게 이어지며 한 사람이 한 말을 다른 사람이 반복하는 식의 문장이 수두룩하다. 너무 단점만 말하는 거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단점 장점을 떠나 사실이다.

 

그런데 욘 포세의 독특한 문체 덕에 나는 아침 그리고 저녁이 완성되었다고 느꼈다. 난 정말 마침표가 이렇게까지 없는 소설은 처음 읽어본다... 스포가 싫다면 아래에 줄거리는 안 보는 것을 추천한다.

줄거리를 말해보자면 어부인 요한네스가 날이 밝아 눈을 뜨게 된다. 평소와 같은 아침을 먹고 담배를 피우며 하루를 시작하게 되는데 집을 나서서부터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죽은 친구와 부두로 나가 배를 타고 죽은 아내가 젊은 날의 모습 그대로 요한네스 앞에 나타나는 것이다. 죽은 이가 어떻게 내 눈앞에 있는 거냐며 죽었던 친구한테 물어도 그에 대한 대답은 해주지 않는다. 그렇게 하루 온종일을 이상하게 보내고 집으로 돌아온 요한네스는 근처에 가정을 꾸리고 사는 막내 ' 싱네 '를 만나기로 한 것을 떠올리고 집을 나선다. 그리고 자신의 집으로 오고 있는 싱네를 마주치는데 싱네는 그냥 지나쳐가 버린다. 아무리 불러도 사랑스러운 막내딸은 뒤돌아보지 않는다. 딸을 따라 자신의 집으로 들어가며 그제야 깨닫게 된다. 내가 죽은 거구나, 하고.

 

문장은 어설프게 연결되어 있는 것 같지만 그 속에서 항상 요한네스의 마음을 엿볼 수 있는데 왠지 내가 요한네스가 된 기분이었다. 중반까지는 같이 이상하다, 정말 이상한 하루다, 하고 공감하고 읽었다. 사실 요한네스가 죽은 뒤라는 것을 어렴풋이 느꼈는데 생각을 한구석으로 밀어두었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죽은 아버지를 발견한 싱네가 나오는 장면과 드디어 자신이 죽었다는 것을 깨달은 요한네스가 먼저 죽은 친구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다.

 

솔직히 추천은 못하겠다. 하지만 3점(내 기준 최하점) 이상을 준 것은 이 짧은 단편에 삶과 죽음이 담겨있으며, 죽은 자의 영혼(눈)으로 보는 남겨진 자들이 꽤 인상적이라 그런 것 같다.

 

# 기억에 남는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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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60
구두장이 야코프는 사람이 좋고 믿음도 강했다, 다른 사람은 흉내도 못 낼 만큼, 그랬고 말고, 그는 자신이 믿고 싶은 것을 믿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믿고 싶은 것을 믿게 두었다,

P. 89
언덕, 보트하우스, 해변의 돌들, 그 전부가, 그런데 그것들을 다시는 볼 수 없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그것들은 마치 소라처럼, 그렇다 그 안의 소리처럼 그의 일부로 그 안에 머물 것이었다, 요한네스는 손을 들어 눈을 비비고 다시 바라본다, 모든 것이 아스라이 멀어져 가는 것을 하는 저 뒤편에서, 사방에서, 돌 하나하나가, 보트 한 척 한 척이 그에게서 희미하게 멀어져 가고 그는 이제 더 이상 아무것도 알 수가 없다,

P. 162
자네가 사랑하는 건 거기 다 있다네, 사랑하지 않는 건 없고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