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마 _ 채사장 장편소설 / 여기서 이렇게 시들지 마라 / 기억에 남는 문장들

여느 날과 같이 데리고 갈 책을 구경하다가 눈에 띈 책. 보자마자 와- 소리가 나올 만큼 예뻤던 표지에 매료되었다. 중고매장에서 발견한 터라 새 책을 찾아보았는데 리커버 되어 구판은 절판이었다.

 

# 소마

구매하기 전에 무작위로 펴서 슬쩍 소설을 구경했는데 문체도 마음에 들었다. 이 버전 양장으로 다시 내줄 생각은 없으실까...

제목이 곧 주인공의 이름인데 정말 주인공이 소마 한 명이다. 주변인들이 많이 나오기는 하지만 길든 짧든 스쳐 지나가는 인물들이고 소마와 소설의 끝까지 함께하는 인물들은 없었다.

 

# 책의 첫 페이지

종종 작가님의 사인이 있는 책들이 있는데 책과 결을 맞추어 써주신 게 인상 깊어 가지고 왔다. 작가님들은 간결하고 몇 안 되는 단어로 사람을 감동시키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

 

# 목차 및 간단 리뷰 + 소마의 인생 그래프

어느 날 소마네 부족(마을)이 말을 탄 무리에 의해 전멸하게 된다. 그 속에서 살아남은 건 죽은 어머니 곁에 누워있던 어린 소마뿐. 말을 탄 무리 중 한 명이 살아있는 소마를 발견하고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소마는 자신의 이름을 잊고 다른 언어를 하는 사람들 틈에서 벙어리로 몇 년을 살게 되는데...

이야기의 도입부에서부터 중반에 이르기까지는 조용히 한숨을 삼켰다. 소마를 어떻게든 도구처럼 이용하려는 이들이 들끓는 그 상황들이 너무 숨 막혔다.

 

바가렐라의 셋째 아들이자 첩의 아들인 헤렌은 소마가 자신의 어둠이라고 정의하며 자신이 첩의 자식으로 자라며 느꼈던 모멸과 수치를 소마에게 풀어낸다. 또한 레메니오스는 소마의 후견인을 자처하지만 실은 자신의 권력을 위해 소마를 장기판 위의 말처럼 대한다. 소마에 대한 거짓된 소문들이 돌 때에도 적극적으로 정정하지 않고 침묵하며 필요치 않게 되자 가차 없이 버렸다.

물론 소마를 위하는 이들도 있다. 약탈한 마을에서 소마를 데려온 엘가나와 그의 아내 한나, 훈련 도중 만난 네이케스와 고네 남매, 그리고 전쟁터의 함께 누빈 우만과 전우들까지.

그래서 마냥 영웅적인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후반으로 넘어가고 늙은 소마의 이기심, 욕심 같은 인간적인 면모를 보고서야 깨달았다. 단지 소마의 삶을 보여주었을 뿐이구나, 하고. 누구보다도 고통스러운 인생을 살았으며, 마지막 가는 길조차 평안하지 못했음에도 삶이 아니라고 할 수 없음을. 세상에 존재하였다가 스러지는 게 삶이라는 것을.

너무 기구한 인생이라 소마를 읽고 필사하면서 인생 그래프로 그려봤다. 나쁜 일이 일어나는 소설이 많은데 내가 읽은 것 중에서는 ' 소마 ' 가 제일이다. 예전에 읽은 ' 가장 나쁜 일 ' 은 아무것도 아닐 정도로...

 

가장 나쁜 일 _ 김보현 장편소설 / 나쁜 일이 계속해서 일어나는 소설 / 기억에 남는 문장들

9월은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에 꽂힌 달이다. 표지들도 마음에 들고 고른 책마다 재미있어서 그랬나 더 눈길이 갔던 것 같다. 오늘 소개할 책은 제목에 이끌려서 언젠가 사야지 하고 있던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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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마도 사람인지라 언제나 옳은 것만 선택하지는 않는다. 더해서 소마에게 선택받지 못했던 선택지들이 말년에 후폭풍처럼 몰아닥치게 되는데 그때 기분이 되게 묘했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라고 생각하다가도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지금까지 살아있지도 못했을뿐더러 억울한 개죽음이 되었을 거라는 것도 아니까 이도저도 아닌 마음이 되었다.

 

# 기억에 남는 문장들

P. 20
" 잘 다듬어진 화살은 궤적 위에서 방향을 틀지 않는다. 올곧은 여행자는 자신의 여정 중에 길을 바꾸지 않는다. 소마는 잘 다듬어진 화살이고 올곧은 여행자다. 언젠가 삶의 여정 어딘가에서 길을 잃을 때도 있을 게다. 하지만 소마는 다시 본래 자신의 길을 찾게 될 거다. 걱정의 시간도 후회의 시간도 너무 길어질 필요는 없다. "

P. 49
보이는 것과 들리는 것이 다르지 않음을, 다양한 것과 단일한 것이 다르지 않음을, 부분과 전체가 다르지 않음을, 순간과 영원이 다르지 않음을.

P. 118
" 여기서 이렇게 시들지 마라. "

P. 151
" 정말 한심한 건 당겨지지 않는 활을 만든 사람들이 아니라 당겨지지 않는 활을 굳이 가져와서는 당겨지지 않는다며 비웃는 사람들이 아닐까? "

P. 268
' 그렇구나 내가 결정해야 하는 것이구나. 여기서 멈출 것인가, 더 걸을 것인가. 나는 결정해야 하는구나. '

P. 304
아무래도 변하지 않는 상황들에 연일 걸려 넘어지며 소마는 세상이란 어쩌면 쉽게 변하지 않는 것이고, 현실이란 생각보다 복잡하게 꼬여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P. 379
" 누구나 삶의 여정 어딘가에서 길을 잃고 헤매게 된다. 하지만 언젠가는 본래 자신의 길을 찾게 되지. 그러니 걱정의 시간도 후회의 시간도 너무 길어질 필요는 없다. 화살이 아니라 화살을 찾아가는 과정이 너를 담대하게 하고, 너를 어른으로 만든다. 그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