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나쁜 일 _ 김보현 장편소설 / 나쁜 일이 계속해서 일어나는 소설 / 기억에 남는 문장들

9월은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에 꽂힌 달이다. 표지들도 마음에 들고 고른 책마다 재미있어서 그랬나 더 눈길이 갔던 것 같다. 오늘 소개할 책은 제목에 이끌려서 언젠가 사야지 하고 있던 도서였다. 가장 나쁜 일이라니? 도파민이 터질 것 같은 내용일 것만 같지 않은가.

 

# 가장 나쁜 일

이건 소설 내용 외의 이야기인데 이 책 다음으로 읽은 책도 오젊작 시리즈의 ' 엉엉 '이라는 책인데 그 책과 이 책의 표지의 결이 비슷하다. 되게 독특한 느낌. 그래서 같은 그림 작가인가 찾아보니 둘 다 김동규 작가님의 그림을 표지로 사용한 거였다.

430 페이지 가량의 꽤 긴 소설이라서 그런지 등장인물이 많은 편인데 처음부터 전부 와라락 소개하는 것은 아니고 둘, 셋씩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소개하는 방식이어서 인물을 외우기가 쉬웠다. 그리고 시작되는 불행한 일들... 마치 스노우볼이 굴러가듯 나쁜 일에 살이 붙어 가장 나쁜 일이 된다.

 

# 목차 및 간단 리뷰

마포대교에서 투신한 여자와 그 여자를 바라보는 남자의 실루엣을 ' 라오 ' 라는 베트남 불법 체류자가 목격하게 된다. 그리고 목격하신 분을 찾는다는 전단지를 보고 연락을 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한편 정희는 갑작스럽게 실종된 남편 성훈을 찾으면서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던 진실들과 감춰져 있던 비밀들을 마주하게 되는데...

거짓말이 판치는 소설. 거짓과 거짓 사이에 진실을 교묘히 끼워 뭐가 진실이고 뭐가 거짓인지 끊임없이 의심하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인간의 이기심이 얼마나 무서운지, 결핍을 해갈시키지 못한 이들이 어디까지 잔인해질 수 있는지를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정말 슬픈 구간이 있었는데 스포를 하고 싶지 않아서 꾹 참는다.

 

# 기억에 남는 문장들

P. 190
사람은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 철식이 인간에 대해 거의 유일하게 믿고 있는 사실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현혹되어 사람을 믿는 우를 범하지 않으려 노력해 왔다.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가끔씩 사람은 자신의 본성을 거스르는 선택을 한다. 그런 실수를 하는 사람, 그런 것에 동요하고 마음을 쓰는 사람을 그리워하는 마음 때문에 판단력이 흐려지는 것이다.

P. 273
너무 살고 싶은 마음은 차라리 죽고 싶은 마음과 한 끗 차이라는 것.

P. 312
정희야, 아프지 마. 우리 잘 살자.

P. 357
칼바람이 부는 벌판을 홑껍데기만 걸치고 걸어야 했을 때, 사방에서 안광을 번뜩이며 두 사람을 노리는 산짐승들을 피해 기어서 산을 너머야 했을 때······. 의식은 흐려지고, 의지는 산산이 흩어지고, 희망은 전부 바닥에 떨어져 다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철식이 록혜에게 말했었다. 마음속에 못 하나만 박아. 그럼 다시 하나, 둘 걸 수 있다. 떨어진 것을 먼저, 흩어진 것을 그다음에, 나중에는 흐려진 것도 붙잡아 걸 수 있게 된다고······. 철식은 록혜에게 그 못 하나가 자신이 되기를 바랐다. 그럴 수만 있다면, 다른 것들은 다 괜찮다고 생각했다.

P. 403
정희에게 희망은 대체로 괴로운 것이었다. 그녀가 꿈꾸는 것은 대부분 이뤄지지 않았다. 기적처럼 성취된 것들은 기대했던 바와 달랐다. 결국에는 또 다른 좌절감을 안겨 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