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는 1983년에 번역된 이후 아주 오랫동안 절판되었던 것으로 유명한 셰리가 올해 초, 다시 재출판되었다. 그것도 아주 아름답게... 그래서인지 사람들이 독서모임에서 많이 읽고 SNS에도 후기가 많아서 궁금하던 차였다.
# 셰리
녹색광선에서 나온 책들은 진짜 너무너무 예쁜데 너무너무 쉽게 훼손된다. 천 위에 잉크를 찍어서인지 조금만 움직여도 표지의 글씨가 벗겨진다. 이미 책등은 많이 지워짐... 녹색광선의 문양은 이미 없어졌다는 거... 22,000원으로 비싸기까지 한데 다른 책들보다 내구도가 안 좋아서 읽을 때 스트레스 좀 받았다ㅠ
그럼에도 책은 예쁘다는 거. 표지에 붙은 사진?도 너무 마음에 들고 디자인도 사진집 같아서 아름답고. 그리고 위에서 이 책이 오랫동안 절판이었다고 했는데 거기에는 이유가 있다. 바로 연상의 레아와 연하의 셰리의 나이 차이가 25살이라는 점, 레아의 친구의 아들이라는 점이 파격적이며 자극적이라 그렇지 않은가 싶다.
# 목차 및 간단 리뷰
- 스포 있음 -
25살의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다보면 그 점이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 연상인 레아가 또래의 그 누구보다도 자기 관리에 진심이며 유행에 민감하고 꾸미기를 좋아하는 여성이라 그렇게 느꼈다. 다들 연인 레아와 셰리의 이야기라고 말하지만 나는 연인이 되기 직전의, 누구 하나 연애하자고 말을 못 해서 움찔거리며 간 보는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내 상식 선에서는 이해가 안되는 일들이 이 책 안에서는 어지러울 정도로 일어난다. 레아와 셰리의 썸인 듯 아닌듯한 미묘한 관계 중에 셰리가 다른 사람과 결혼한다던가(결혼하고도 레아 만남;), 일흔이 넘은 할머니와 갓 성인이 된 남성이 연인이라던가(이건 진짜 어지러웠음)... 여기까지만 말하겠다...
나는 이 두 사람이 완전하게 헤어지는 장면이 가장 인상깊었는데, 작가는 그 장치로 레아의 목주름을 사용했다. 아무리 가꿔서 젊게 보인다고 하더라도 결국에 가릴 수 없는 부분(드러나는 부분)도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셰리 이 자식은 이때까지 레아 좋아, 누누 내 거야, 실컷 이러더니 갑자기 목주름 하나에 사랑이 팍 식은 태도를 보여주는 거보고 눈물 찔끔 나게 꿀밤 먹여주고 싶었다...
오랜만에 매운 인터넷 소설 읽은 느낌이랄까 ㅋㅋㅋㅋㅋㅋㅋ 자극적이라서 그런지 확실히 집중은 잘 된다.
# 기억에 남는 문장들
P. 56
그녀는 이제껏 전혀 아쉽지 않았던 것들을 난생 처음으로 헛되이 기다렸다. 그것은 젊은 연인의 신뢰와, 무방비 상태의 느긋함과, 고백과, 진심과, 조심성 없는 감정의 토로였다.
P. 122
그녀는 그를 위해 물러났으나 -맙소사!- 지독히도 존재했다···.
P. 161
' 나의 가엾은 셰리··· 생각하면 재미있어, 너는 쇠락한 늙은 연인을 잃음으로서, 나는 스캔들 급의 젊은 연인을 잃음으로서, 우리는 우리가 소유했던 가장 명예로운 것을 잃었으니 말이야······. '
P. 178
" 어디 감히 말해봐, 애인이 있다고! "
" 아니, 애인 따윈 없어. 널 사랑해···. "
P. 197
" 넌 나한테서 좀 늦게 놓여나는 거야, 내가 너무 오랫동안 널 짊어지고 있었어. 그래서 이젠 네가 짊어져야하는데 그걸 무겁게 느끼는 거지. 네 아내, 어쩌면 자식도··· 너한테 부족한 모든게 다 내 책임이야···. 그래, 그러네, 내 사랑, 넌 내 덕분에 스물다섯 살에 그토록 가볍고 응석받이인 동시에 어두울 수 있었던 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