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이끄는 곳으로 _ 백희성 / 사랑은 집 안 전체에 새겨져 있었다 / 기억에 남는 문장들

너무 오래간만에 올리는 포스팅. 일이 바쁘니 블로그도 소홀하고 책을 읽는 것도 시들해져 있었다. 그래도 꼭 달에 한두 권을 읽으려고 하는 편인데, 그렇다고 숙제처럼 해치우고 싶지는 않은 마음... 그래서 일단 밀린 독후감이라도 며칠에 하나씩 다시 올려보려고 한다.

 

# 빛이 이끄는 곳으로

셰리에 이어서 2월에 읽었던 책. 사실 이 책은 신간으로 나왔을 때부터 엄청 궁금했던 책이었는데 집에 이미 책을 많이 구매한 관계로 그 책들에게 순번이 밀려 뒤늦게 읽게 된 책이다.

가장 흥미를 끌었던 점은 바로 작가님. 건축가였던 작가님이 건축에 대한 소설을 쓰셨다니.

게다가 작가님이 엉뚱하고 약간은 무모할 수도 있는 게 파리에서 살고 있을 때 구경하고 싶은 집들이 보이면 그 집주인에게 편지를 썼다고 한다. 구경해보고 싶다고. 그렇게 눈으로 보게 된 집들의 특이한 구조들을 조금씩 바꿔서 이 책 안에 담았다고 하는데 어떻게 궁금하지 않을 수가 있겠나.

 

# 목차 및 간단 리뷰

건축가 ' 뤼미에르 '는 파리에서 자신의 집을 가지고 싶어 한다. 하지만 파리에서 저렴한 집을 구하기는 하늘에서 별 따기 수준으로 어려운 터라 기대 없이 부동산에 저렴한 집이 올라오면 연락을 달라고 부탁한다. 그리고 수상할 정도로 저렴하고 낡은 저택이 매물로 나왔다는 중개업자의 연락을 받고 집주인을 만나러 가게 된다.

하지만 둘러보러 간 저택에서 집주인의 대리인을 만나게 되고 이 저택을 사고 싶다면 두 가지의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말을 전한다. 첫째, 집을 통째로 드러내어 고치지 않아야 할 것. 둘째, 스위스 요양병원에 있는 집주인인 피터를 직접 만나러 갈 것. 그렇게 뤼미에르는 피터를 만나러 스위스에 갔다가 처음 보는 건축물과 구조에 마음을 빼앗겨 피터를 도와주게 되는데...

 

일단 작가님이 글을 너무 잘 쓰셔서 약 350페이지의 책이 전혀 지루하지 않고 정말 특이한 건축 구조들을 쉽고 아름답게 잘 표현해 두셔서 놀라면서 보게 된다. 그리고 건축을 모르는 독자들을 위해 부가적으로 그림도 있어서 전혀 어렵지 않다. 그래서 별점은 5점 만점에 5점! ⭐️⭐️⭐️⭐️⭐️

 

# 기억에 남는 문장들

P. 84
통로나 복도 같은 길은 사람만을 위한 것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 물길도 길이고 바람 골도 길이다. 세상 만물이 지나가는 길. 길은 사람만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이 무엇이든 흐르게 해주는 것이었다.

P. 89
그녀는 세상에는 말로 전하기 보다는 직접 보아야 하는 것이 더 많고, 직접 보는 것보다는 눈을 감고 느껴야 하는 것들이 더 많다고 했다.

P. 110
얼마 지나지 않아, 고요함이 천천히 내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얼마 만에 느끼는 고요함인가. 그동안 나는 무엇을 위해 허둥지둥 바쁘게 살았는지······ 내 시간을 내 마음대로 쓰지도 못하는 인생이 정말 내 것이었는지.

P. 205
기억의 가치는 돈으로 매길 수 없습니다. 그 기억이 비록 원망이나 미움일지라도······.

P. 219
나는 한 명의 건축가이기 이전에 이 집을 거쳐간 수십 명의 집주인들 중 한 명일 뿐이다. 나는 전 주인 프랑스와의 흔적과 역사를 간직해 주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나 또한 여기에 흔적을 남길 것이다. 그게 바로 집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집은 우리의 모든 것을 기억해 준다.

P. 302
그들이 자신의 아이에게 남기고자 한 것은 집이 아니라 사랑이었다. 그리고 그 사랑은 집 안 전체에 새겨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