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_ 은희경 장편소설 / 기억에 남는 문장들

24년의 마지막 책으로 읽은 은희경 작가님의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동시에 나의 100번째 포스팅이 되었다. 어떻게 이런 우연이. 사실 11월 독서 결산 안 올리고 우연 살짝 조작함. 머쓱...

 

#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블로그를 운영하면 내 블로그에 어떤 키워드로 들어왔는지 볼 수 있다. 근데 ' 모순 비슷한 책 ' , ' 급류 모순 ' 으로 유입되는 분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는 그런 분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책이다.

 

모순을 읽지는 않았지만 너무 유명해서 어떤 내용인지는 알고 있는 정도인데 이 책도 삼각관계, 그 이상의 관계가 나와있어서 모순을 좋아한다면 추천하고 싶다.

2012년에 출간된 소설인데 재작년에 리커버 되었다. 예전 책들이 새 옷을 입은 게 좋다. 새로운 독자들의 진입 장벽을 낮춰 유입이 좀 더 원활해지는 장점이 있는 것 같다.

 

# 목차 및 간단 리뷰

진희에게는 애인이 여럿 있다. ' 둘은 불안하며 셋으로 나누어 무게를 짊어지면 상실과 고통도 덜하다. ', 라는 진희의 삶을 살아가는 마음가짐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진희의 동생의 첫사랑인 현석, 진희와의 연애 중 다른 여자와 결혼한 종태, 전남편 상현이 진희의 연인으로 나온다.

이 책은 낭만을 찾으면 안 된다. 내가 이 책을 읽기로 한 이유이기도 하다. " 약해 보일 때만 네가 내 것 같아. " 이 문장으로 이 책을 접했는데 강렬하게 독서 욕구가 샘솟았다. 집착과 체념의 그 어딘가에 있는 것 같은 저 문장이 궁금했다.

 

진희. 냉소적이고 쿨해서 관계에 집착하지 않는 것 같지만 실은 관계가 두려워서 상대가 놓기 전에 놓아버리고 기대를 낮춰 그 사람에게 전부를 주지 않으려고 하는. 무기력과 닮은 감정이 묻어나는 인물 묘사가 잘 된 것 같다. 센 척하며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하는 것까지도 은근한 공감을 자아낸다. 그리고 독신주의자이지만 진희를 다른 애인들과 나누고 싶지 않은 현석은 미소년의 외형으로 소심한 성격을 지녔다. 나는 그게 현석에게 더 집중할 수 있는 설정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마음에 들었다.

 

어쩌면 진희와 현석은 두려운 게 아닐까. 하나를 영영 잃어 고통스러운 순간이 순간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영원으로 이어질까 봐.

 

# 기억에 남는 문장들

P. 49
" 무슨 생각해? "
" 네가 병들었으면 하는 생각. "
" ··· "
" 약해 보일 때만 네가 내 것 같아. "

P. 214
" 당신을 보고 있으면 좋기도 하고 괴롭기도 해. 터이상 가까워지지 않는다는 기분이 들거든. " 이라고 하면서도 내가 더 가까이 다가갈까 봐 두려워하는 것이 현석의 딜레마였다.
현석은 무거움에 뿌리내린 채로 가벼움을 원했다.

P. 252
내가 원하는 것은 본능적인 배설이 아니라 한 몸이 되고자 하는 인간의 다정함이다.

P. 267
가볍게 살고 싶다.
아무렇게라는 건 아니다.

P. 287 - 288
사랑하는 이유를 알 수 없을 때 비로소 사랑한다고 말해도 되는 게 아닐까. ··· 이유가 있는 사랑은 상대로 하여금 이유를 제공해야 하는 부담을 준다. 사랑이 무거워지는 것이다.

P. 304
" 나는 인생에 자신이 없어. 그래서 가볍게 살고 싶어 하는 거야. 난 내 인생을 사소하고 잘게 나누어서 여러 군데에 걸쳐놓고, 그리고 작은 긴장만을 갖고 그 탄성으로 살아갈 거야. 전부를 바쳐서 커다란 것을 얻으려고 하기엔 나는 삶의 두려움을 너무 빨리 알았어. 그리고 어쩌면 그것이 나를 지탱해 주는 힘인지도 몰라. "

P. 317 -318
누구나 마지막 춤 상대가 되기를 원한다. 마지막 사랑이 되고 싶어 한다. 그러나 마지막이 언제 오는지 아는 사람이 누구인가. 음악이 언제 끊어질지 아무도 알 수 없다. 마지막 춤의 대상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 상대와의 춤을 즐기는 것이 마지막 춤을 추는 방법이다.

이야기가 끝나고 김미현 평론가의 평론이 있는데 ' 사랑이란 본래 아홉 번쯤 크게 앓고 한 번쯤 적게 따는 도박이다. ' 라는 말이 인상 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