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급 한국어 _ 문지혁 장편소설 / 기억에 남는 문장들

이 책은 민음사 유튜브에서 소개하는 것을 보고 재미있을 것 같아서 저장해 두었었다. 그렇게 몇 개월이 지나고 보니 어느새 중급 한국어까지 출간하셨길래 두 권을 함께 구매했다.

 

# 초급 한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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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치면서 책등만 훑어봤으면 한국어 교재인가 얼핏 착각할 만한 제목이지 않은가. 실제로 초급 한국어라고 포털사이트에 입력하면 연관 검색어에는 책이 아닌 정말 초보들을 위한 한국어 교재, 강의 등이 떴다. 작가님의 이름과 함께 검색해야지만 비로소 책에 대한 내용들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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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혁 작가님을 이 책으로 알게 되었고, 초급 한국어를 읽기도 전에 중급 한국어도 함께 샀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는 그러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자전적 소설이며, 엄청난 내용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글이 쉽게 읽혔다. 실제로 작가이기도 하지만 글쓰기 강사이기도 하셔서인가... 글을 보는 사람이 편하게 잘 쓰시는 것 같다.

 

# 목차 및 간단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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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으로 회사를 그만두고 문예창작과 대학원에 들어간 주인공. 몇 번이나 공모전에서 떨어지고 주변 사람들에게 글이 너무 반듯해서 순진하고 뻔하다는 평을 듣게 된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미국에서 두 번째 대학원까지 졸업한 그때, 마침 근처 다른 대학에서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가르치는 시간 강사 일을 하게 된다. 그런데 완전히 풀타임 강사로 자리 잡기도 전에 한국에 있는 동생에게서 전화가 온다. 엄마가 쓰러졌다고. 그 소식에 강사 일을 하면서도 그 생각이 나 결국 미국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들어오게 된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담아낸 것이 이 책의 굉장한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매번 떨어졌던 공모전 이야기, 그럼에도 좋아하던 걸 포기하지 않았던 지난날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는데 이 책은 성공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좌절을 안은 채로 한국에 들어오는 것으로 끝을 맺었지만 아직 나에겐 읽지 않은 중급 한국어가 있다!

 

# 기억에 남는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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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69
거기는 낮이겠네. 여긴 밤이고, 니가 볼 땐 어제야. 있잖아, 니가 미국에 간 뒤로는 항상 마음이 편치 않았는데 그 이유를 오늘에서야 알겠어. 내가 늘 과거에 남겨지는 느낌이라서 그랬나 봐. 넌 어느새 저만큼, 미래에 가 있는데. 인생에도 시차라는 게 있을 거고, 오늘 니가 말한 건 우리 사이에 그만큼의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다는 뜻이겠지.

P. 108
" 그런 게 마음에 남아요. 아무것도 아닌게. "

P. 133
비슷한 하루가 반복될수록 생각이 많아지고 자는 시간은 늦어졌다. 사는 낙은 없는데 마음이 늘 불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