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_ 김초엽 소설집 / 기억에 남는 문장들

김초엽 작가님의 단편 소설들이 담긴 소설집. 솔직히 너무 유명해서 단편 소설 몇몇의 제목은 눈에 익었다. 관내분실이라던지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같은... 하지만 나는 오로지 이 제목만으로 구매를 결심하고 집 근처의 알라딘 중고서점을 자주 드나들었었다.

 

#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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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우리는 빛의 속도로 움직일 수 없으니 가정하는 것 같은 저 말은 애초에 잘못되었다고 느꼈다. 그래서 더 마음에 들었다. 이 가정이 문학적이면서 슬퍼서.

몇 번의 방문 끝에 상태가 좋은 책이 중고서점에 들어왔길래 구매하려고 카운터에 갔는데 나이가 조금 있으신 남자 직원분이셨다. 결제를 하면서 쭈볏거리시더니 수줍게 책을 펴시더니 이 책에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인 관내분실이 있다고 알려주셨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야 할 곳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분 좋게 웃으며 서점을 나왔는데 그 때문에 이 책이 더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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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는 광활한 풍경인데 색감 때문인지 몽환적이면서 포근한 느낌이 든다. 인기가 많은 만큼 에디션(한정판)도 많았다. 다 특색있지만 그래도 오리지널이 제일 예쁜 것 같다.

 

# 목차 및 간단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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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거 몇 개만 추려서 읽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을 하자면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스펙트럼,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이렇게 3개를 추천하고 싶다. 관내분실이야 상을 받은 만큼 유명하기도 하고, 내 기준 그렇게 까지 재미있지는 않아서... 처음 몇 장 읽자마자 " 어떻게 관내에서 분실이? " 하며 의아하게 읽었다ㅋㅋㅋㅋㅋㅋㅋ

 

추천한 것 중에 순례자는 처음에 읽을 때 어렵고 이해가 안될 수 있는데 후반부로 가면 이해가 된다. 기승전결이 아니라 결부터 보여주는 독특한 전개 때문인 것 같다.

스펙트럼은 인류의 대표격인 희진이 외계생명체를 만나 그 속에서 살아가는, 희진의 인생과 희진이 보는 시야를 경험할 수 있다. 그들의 교감이 너무도 감동적이었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제목에서부터 슬픔의 기운을 느꼈지만 역시나 슬펐다. 주인공 안나의 간절한 그리움에 살짝 울면서 봤다. (머쓱)

 

# 기억에 남는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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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P. 54
우리는 그곳에서 괴로울거야.
하지만 그보다 많이 행복할 거야.

[스펙트럼]
P. 96
" 그는 놀랍고 아름다운 생물이다. "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P. 180
" 이제 상황 판단이 안 되는 거라네. ··· 왜 매번 죽지 않고 다시 깨어나는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고, 얼마나 많이 세상이 변했는지. 그렇다면 내가 그들을 다시 만나는 일도 일어날 수 있는 것이 아닌지. 그럼에도 잠들어 있는 동안은 왜 누구도 나를 찾지 않고, 왜 나는 여전히 떠날 수 없는지······. "

P. 181
" 하지만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조차 없다면, 같은 우주라는 개념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

[감정의 물성]
P. 214
" 소비가 항상 기쁨에 대한 가치를 지불하는 행위하는 생각은 이상합니다. 어떤 경우에 우리는 감정을 향유하는 가치를 지불하기도 해요. 이를테면, 한 편의 영화가 당신에게 늘 즐거움만을 주던가요? 공포, 외로움, 슬픔, 고독, 괴로움······ 그런 것들을 위해서도 우리는 기꺼이 대가를 지불하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