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의 사랑법 _ 박상영 연작소설 / 기억에 남는 문장들 / 영화 명대사

때는 작년 9월 말,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그날도 메가박스 어플을 구경하다가 대도시의 사랑법이 10월 1일에 개봉한다는 것을 알았다. 깜빡하고 있다가 개봉 첫날 점심 즈음 예매했다. 그리고 영화를 보고 나오자마자 곧장 서점을 들러 이 책을 구매했다.

 

# 대도시의 사랑법 포토티켓

영화가 너무 좋으면 종종 이렇게 포토티켓을 뽑는다. 근데 이 포토티켓 사진을 찍으려고 찾기 시작했는데 여전히 지갑 안에 있었다. 그래서 다른 종이, 카드들과 마찰이 있었는지 중앙이 약간 손상됐다... ㅠㅠ

 

영화는 대도시의 사랑법에서 ' 재희 ' 챕터를 다루고 있었다. 나는 이 소설이 원작인 것도 저 영화를 보고나서 검색을 해보다가 알았다. 김고은 배우가 재희를, 노상현 배우가 흥수를 연기했다. 두 배우를 너무너무 좋아해서 봤는데 좋은 영화까지 알게 되어서 좋았다.

 

# 대도시의 사랑법

원래는 보통 원작을 먼저 보고 2차 창작물을 보는데 나는 반대로 되었다. 그런데 반대로 보는 것에 장점이 있다. 영화로 이미 주인공들을 입체적으로 보고 나니 책이 더 술술 읽혔다. 영화와 중복되는 대사는 반가웠고, 영화에서만 나왔던 대사는 정말 잘 각색했구나, 속으로 생각하며 읽었다.

남자 주인공 ' 영 '는 남자를 좋아하는 게이이다. 영화를 볼 때에도 퀴어에 대한 이야기인 줄 몰랐던 터라 오, 이런 이야기를 해주시는 분이 있네? 싶어서 더 흥미로웠고 그래서 빠르게 책을 구입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드라마로도 나왔는데 공개되기 전, 어느 단체의 민원 폭탄으로 예고편이 전부 내려간 적이 있는데 그걸보고 여전히 동성애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구나, 싶었다. 사실 그 사람들이 인정하고 말 것도 없긴 하다. 자기들이 사랑하는 것도 아닌데 왜 그러나.

 

# 목차 및 간단 리뷰

영화를 먼저 봐서인지 ' 재희 ' 파트가 제일 재미있었고, ' 우럭 한점 우주의 맛 '에서는 영의 전 남자친구가 한없이 찌질하고 이기적이라고 느껴졌으며 ' 대도시의 사랑법 '은 재희 파트만큼이나 좋았다. 규호라는 영의 새로운 남자친구가 나오는데 그냥 둘이 되게 몽글하고 조심스러우면서 서로를 아끼는 게 말과 행동에서 보여서 그랬다.

그리고 마지막 ' 늦은 우기의 바캉스 '도 규호와의 이야기가 담겨있는데 여행을 갔던 일들(좋았던 일), 어쩔 수 없는 일들, 다툼, 끝내는 이별을 하게 되고 이별 후에도 영은 여전히 규호를 그리워하며 이야기가 끝이 난다. 나는... 해피엔딩이기를 바랐는데... 결말이 아쉬웠지만 좋은 책이었다.

 

그리고 늘 느끼는 거지만 누구를 좋아하든 사람들의 고민, 걱정은 다 비슷하고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에 제 3자가 이래라저래라 할 필요 없다는 거...

 

# 기억에 남는 문장들

P. 34
나는 그 모습을 보고나서야 이게 화를 내야 할 상황이었구나 뒤늦게 깨달았고, 화를 내야 할 상황에 누구보다 크게 웃는 게 나의 버릇이라는 것도 덩달아 알게 되었다.

P. 52
배신감.
그것은 타인에게 별 기대가 없는 내가 평소에 좀처럼 느끼지 못했던 감정이기도 했다. ··· 다만 나의 비밀이 재희와 그 남자의 관계를 위한 도구로 쓰였다는 것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누구든 떠들어대도 괜찮지만, 그 누구가 재희라는 것이 도저히 받아들여지지가 않았다. 다른 모든 사람이 나에 대해 얘기해도 재희만은 입을 다물었어야 했다.

P. 55
집착이 사랑이 아니라면 난 한 번도 사랑해 본 적이 없다.

P. 153
그는 언제나 나를 바꾸고 가르쳐야 할 대상으로 여겼으나, 불행히도 나는 누군가에 의해 쉽게 바뀌는 성격이 아니었다.

P. 159
새까만 영역에 온몸을 던져버리는 종류의 사랑. 그것을 수십 년간 반복할 수도 있는 것인가. 그것은 어떤 형태의 삶인가.
P. 169
사랑은 정말 아름다운가.
내게 있어서 사랑은 한껏 달아올라 제어할 수 없이 사로잡혔다가 비로소 대상에서 벗어났을 때 가장 추악하게 변질되어 버리고야 마는 찰나의 상태에 불과했다.

P. 228
- 그러거나 말거나, 너였으니까.
그래서나 그러나 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그러거나 말거나, 너였다고. 나는 그 말이 좋아서 계속 입 안에 물을 머금듯이 되뇌었다.
- 그러거나 말거나.

P. 249
우리가 같은 집에서 잠들었던 마지막 밤, 나는 먼저 잠 은 구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여느 때처럼 죽은 듯이 자는 규호. 너는 왜 잘 때 아무 소리도 내지 않는 걸까. 꼭 눈치를 보고 있는 것처럼. 아무리 오래 살아도 언제나 남의 집에 얹혀살고 있는 것처럼. 그것은 내 탓일까 네 탓일까. 아니면 그냥 어쩔 수 없는 일이었던 걸까.

P. 307
때때로 그는 내게 있어서 사랑과 동의어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내게 규호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은, 규호의 실체에 대해 말하는 것은 사랑의 존재와 실체에 대해 증명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 영화 명대사

" 네가 너인게 어떻게 네 약점이 될 수 있어. "

" 웃는다고 다 괜찮은거 아니에요. 어색해지기 싫어서, 화내는 방법을 몰라서 그냥 웃어버리는 사람도 있어요. 바보같이.​ "

" 왜 사소한 거에 목숨 거냐고 하지 마시고, 좀! 그냥 쟤한테는 그게 목숨 같나 보다 하시면 안 돼요?​ "

재희 파트를 영화화 하면서 각색까지 작가님이 하셨다고 한다. 작가님은 뭐랄까, 그 감정을 건드리는 대사를 잘 쓰시는 것 같다. 김고은 배우의 연기까지 더해지니 최고였던 영화... 책과 영화 둘 다 너무 좋았다. 곧 넷플릭스에 나온다던데 그때 한 번 더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