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나는 작가님을 이 책으로 처음 알았다. 작년 여름, 다시 책을 엄청나게 읽기 시작하면서 부가적인 독서용품에 눈독 들이기 시작했다. 인덱스와 책갈피. 그러면서 이옥토 작가님을 알게 되었다. 책갈피를 직접 찍은 사진으로 만드시는데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조향까지 해서 판매를 하신다. 나는 그게 너무 좋아서 이옥토 작가님의 책갈피를 종류별로 판매하실 때마다 모으고 있었는데 그때 작가님의 인스타 스토리에 이 책이 떴었다. 이 책과 묶어서 처음 나오는 풋사과 책갈피가 나온다고... 그렇게 가벼운 고백을 알게 되고 구매까지 했다.
# 가벼운 고백
양장이고 아래에 목차를 보면 알겠지만 마치 팜플렛이 끼워져 있는 듯 목차 페이지만 종이를 짧게 디자인해두었던 게 인상 깊었다. 작가님이 오래도록 때로는 일기처럼, 때로는 생각나는 것을 적어둔 메모처럼 써온 짧은 문장들이 담긴 책이다.
표지를 다 합해도 300페이지가 되지 않는 책인데 가격이 18,800원이라 구매할 때 조금 부담스러운 가격이긴 했다. 근데 왜 이 정도의 가격인지는 아직도 의문인...
# 김옥토 풋사과 책갈피
작가님은 사진도 직접 찍지만 책갈피의 조향도 직접하셔서 구매하면 외관에 한 번 놀라고 향에 한 번 더 놀란다. 이번 풋사과 책갈피에도 향이 입혀져 있는데 상큼하고 너무 좋다... 향이 날아가기 전에 좋아하는 책의 페이지에 끼워두면 그 책을 펼칠 때마다 풋사과의 향을 맡을 수 있다.
# 목차 및 간단 리뷰
목차의 발문만 봐도 느낌이 오시겠지만 작가님이 뭐랄까, 조용한 내향인들이 은근히 웃긴 그런 스타일이다. 정말 메모를 구경하는 것처럼 문장이 짧고 간결하며 드립이 담겨있어 시간이 없으신 분들도 두 세 페이지씩 읽기에 좋다.
고백이라는 큰 주제 아래, 사랑, 인간관계, 삶에 대한 이야기를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웃음 지을 수 있게 표현하여 독자에게 전달한다. 나도 책을 읽으면서 공감하고 피식거리면서 읽었다. 유쾌함이 묻어 나오는 책이라 제목처럼 가볍게 읽기에 좋았다.
# 기억에 남는 문장들
P. 31
당신은 당신이 매일 하는 바로 그것이다. 무엇을 매일 할 것인가.
P. 61
그래, 흐릿한 세상이다. 분명한 건 없고 치이듯 살아간다. 나도 언제나 역겨움을 느낀다. 하지만, 흐릿한 세상이라고 같이 흐릿할 수는 없다. 산다는 건 일종의 배반 비슷한 거다. 너는 나는 우리 모두는 크는 나무고, 언제나 솟을 수 있는 샘이어야 한다. 종합은 단편에서 나오고, 생각의 정돈은 좀 더 후에 하자꾸나.
P. 107
책을 읽고 영화를 보는 건 삶을 더 잘 누리기 위해서다. 허겁지겁 살 때 채 누리지 못한 삶의 질감을 느끼지 위해서다. 삶의 깊은 쾌락은 삶의 질감을 음미하는데서 온다. 그러니 공부가 어찌 쾌락이 아닐 수 있겠는가.
P. 119
세상에는 엉터리가 많고, 생은 유한하며, 마음은 가난하다. 그래도 가야 할 길을 가는 것이다.
P. 202
방금 한파경보가 울렸는데, 경보를 통해 모르는 내용을 알게 된 적은 없다. 나를 놀라게 하는 건 경보의 내용보다는 경보 자체. 벨을 울리지 말고 다정하게 쓰다듬어 주기를. 그 다정함에 놀랄 수 있도록.
P. 204
미국의 작가 매릴린 로빈슨은 고교시절 선생이 해준 이야기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 마음은 평생 함께 살아야 할 대상이니 아름다워야 한다. "
P. 218
" 사람마다 다양한 재능이 있다. 혹자는 살아남는데 일가견이 있고, 혹자는 사는 척하는데 일가견이 있고, 혹자는 사는 데 일가견이 있다. 잘 사는 사람은 허무를 다스리며 산책하는 사람이 아닐까. 그런 삶을 원한다. 산책보다 더 나은 삶은 사양하겠다. 산책은 다름 아닌 존재의 휴가이니까. "
202 페이지 완전 F들 저격. 웃긴 문장도 많아서 웃겼다 진지했다 하면서 책을 읽었다.